(타이틀 사진은 Hair가 없은 R.M. Hare)
전통적으로 도덕적 실재론의 입장은 사실, 관계, 사건 등과 같은 도덕적 속성 X에 대한 다음과 같은 논제로 설명될 수 있다.
논제. X는 마음에 독립적인 방식으로 존재한다.
도덕적 반실재론은 위 논제를 거부하는 입장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도덕적 속성 X는 마음에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도덕적 반실재론은 (1) 도덕적 속성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 입장 그리고 (2) 도덕적 속성이 마음에 의존(mind-dependent)해서 존재한다는 입장으로 생각될 수 있다. 도덕적 실재론은 도덕적 진술이 사실에 관한 것이며 그렇기에 진리값을 지니는 것으로 이해되기에 인지주의로 고려되고 이러한 입장에서 반실재론은 도덕적 비인지주의(moral noncognitivism)와 도덕적 오류이론(moral error theory)로 생각되어질 수 있다.
도덕적 비인지주의는 도덕적 판단은 사실(fact)에 관한 것이 아니며 이에 대한 진술은 진리값을 지니지 못한다고 여긴다. 그래서 도덕적 판단은 감정에 대한 표현이거나 다른 행위에 대한 통제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에이어(A.J. Ayer)의 정서주의와 헤어(R.M. Hare)의 규정주의가 있다.
도덕적 오류이론은 도덕적 판단에 관한 진술이 사실에 관한 것이며 참 혹은 거짓의 진리값을 지닐 수도 있지만 그러한 진리값을 지니는데 실패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돈을 훔치는 것은 나쁘다’라는 진술을 우리가 말할 때,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그름의 속성(the property of wrongness)을 예화 하는 것이 훔치는 행동이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속성은 예화 되지 않으며 (혹은 그러한 속성은 존재하지 않고) 그래서 발화는 (거짓이 아니라) 허위(untrue)가 된다고 말한다. 이들에 따르면 도덕적 논의는 일반적으로 오류에 의해 오염된(infected) 것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도덕적 실재론의 입장으로는 스캔론(Thomas Scanlon)의 이유근본주의(Reason Fundamentalism)을 고려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해, 그의 입장은 합당하게 거부할 수 없는 원칙을 통해 행위의 그름(혹은 그름의 속성)이 구성된다는 (국지적) 구성주의의 입장을 지닌다. 윤리학에서의 구성주의는 거칠게 말해, 사람들 간의 일치 또는 합의에 의해 규범적 참을 만들어낼(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따를 때, 스캔론의 그름의 속성은 우리의 마음에 독립적인 요소가 아니므로 그를 그름의 속성에 대한 실재론자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합당하게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통해 옳고 그름의 도덕적 원칙을 찾으며 이 이유가 우리의 마음에 독립적으로 존재함을 인정한다. 즉 도덕적 행위의 이유에 관한 도덕적 실재론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도덕적 진술이 진리값을 지닐 수 있다고 고려하는 방향에서 이유에 관한 인지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도덕적 비인지주의
(1) 에이어의 정서주의
정서주의에 따르면 도덕적 판단은 객관적인 실재인 사실에 관한 것이 아니라 행위자가 느낀 감정적 동의를 표현하는 것이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과 태도에 동조할 것을 권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도덕적 판단은 진리값을 지니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러한 입장을 지닌 정서주의자로는 에이어(A.J. Ayer)가 있다.
에이어는 도덕적 판단에 관한 진술이 검증원리에 의해 그 진리값을 알 수 없는 진술이므로 인지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고 여겼다. 그래서 도덕적 판단에 관한 진술은 단지 감정의 표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에이어는 논리실증주의자였고 논리실증주의자들은 문장이 인지적으로 유의미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은 그것이 검증가능할 경우라고 여겼다. 그래서 인지적으로 유의미한 문장은 첫째로, 동어반복적인 문장 혹은 정의에 의해 참인 진술이다. 그리고 둘째로, 경험적으로 검증 가능한 진술이 인지적으로 유의미하다고 여겼다. 그는 도덕적 판단에 관한 진술은 검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덕적 문장은 인지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고 여겼다.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그는 도덕적 판단에 관한 진술이 사실에 관한 것은 아니더라도 우리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정서주의를 주장한다. 그는 감정의 보고와 감정의 표현을 구별하는데 ‘X는 선이다’라는 문장에 대한 감정의 보고는 ‘나는 X에 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와 같은 것이며 이는 참 혹은 거짓의 진리값을 지닐 수 있다. 하지만 감정의 표현은 ‘X 만세’와 같은 것으로 감정의 표현에는 참 혹은 거짓의 진리값을 부여할 수 있는 사실에 관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에이어는 도덕적 판단에 관한 진술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에이어의 정서주의는 기본적으로 논리실증주의자들의 검증원리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도덕은 주관적인 감정 표현 보다 보편적인 것으로 고려되는데 그의 정서주의는 도덕을 보편적이지 않은 주관적인 정서적 표현으로 환원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 받기도 한다.
(2) 헤어의 규정주의(Prescriptivism)
규정주의는 도덕적 진술이 사실을 진술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도덕적 행위 주체에게 타당하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규정을 진술하는 것이며 도덕적 판단은 궁극적으로 결단(decision)에 의존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을 주장하는 이로는 헤어(R.M. Hare)가 있다.
헤어는 도덕적 진술이 사실이 아닌 도덕적 행위 주체에게 타당하게 적용될 보편적인 규정을 말하는 것이라고 여겼으며 다음의 네 가지 특징을 지닌다고 여겼다. 첫째로, 도덕적 판단은 규정적이다. 둘째로, 도덕적 판단도 추론적 관계를 지닌다. 셋째로 도덕적 판단은 보편화 가능하다. 넷째로, 도덕적 판단 혹은 추론은 원리를 지닌다.
먼저 규정성부터 살펴보자. 헤어는 도덕적 진술이 규정적 의미를 지니나 부분적으로 기술적(descriptive) 의미 역시 지닌다고 보았다. 규정적 의미(prescriptive meaning)는 명령문과 관련 있으며, 어떤 진술이 규정적이라는 것은 그 진술이 순수하게 사실에 관한 진술과 함께 적어도 하나의 명령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술적인 의미(descriptive meaning)는 진리조건(truth-condition)과 관련이 있으며, 어떤 진술이 기술적이라는 것은 그 진술의 사실에 대한 올바른 적용조건인 진리조건이 그것의 의미를 정의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덕적 진술인 ‘사람은 타인을 돕고 살아야 한다’는 문장은 ‘타인을 도와라’라는 명령문과 관련이 되며 ‘타인을 돕는 것은 즐겁다’는 기술적 함축 역시 지닌다.
둘째로 그는 도덕적 판단은 추론적 관계를 지닌다고 설명한다. 그는 에이어와 같은 정서주의자들이 도덕적 판단에 관한 진술은 인지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고 주장한데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지닌다. 그리고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명령문과 관련된 규정적 의미를 지닌 도덕적 진술도 추론적으로 얻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도덕적 판단의 추론가능성에 대한 주장은 행위주체에게 타당하게 적용될 보편적 규정에 관한 것이 도덕적 진술이라는 그의 입장을 뒷받침한다. 그는 다음의 두 가지 명제를 기본으로 삼는다.
(1) 전제들 가운데 적어도 하나의 명령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한 그로부터 명령적 결론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
(2) 어떠한 판단도 그것이 무엇인가 명령하는 내용을 포함하지 않을 경우에는 도덕 판단이 아니다.
첫 번째 명제는, “전제에 없는 것을 결론 속에 끌여들일 수 없다”는 일반적인 추론 원칙을 시사한다. 그리고 둘째 명제는 도덕적 진술이 규정적 의미를 지닌다는 그의 입장에 의해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헤어는 도덕적 판단에 관한 이론이 보편화 가능해야 한다고 여긴다. 도덕적 판단을 하는데 있어 동일한 상황에 동일한 원칙을 지녔음에도 그 판단에 차이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일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라도 도덕적 이론은 보편화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넷째로 그는 도덕적 판단의 원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도덕적 진술은 추론을 통해서 얻어질 수 있으며 이러한 진술이 표현하는 도덕적 판단은 가언적이기 보다 보편적인 다시 말해 정언적이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결론을 이끌어낸 추론의 끝에 있는 대전제들은 이를 도덕원리로서 선택하는 행위자의 주체적인 결단에 의하여 주어진 원리여야 하며 이러한 원리가 ‘나의 원리’가 된다고 설명한다.
헤어의 규정주의는 도덕적 진술들의 대전제가 되는 ‘나의 원리’를 정당화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에 직면한다. 그래서 그의 규정주의는 지나치게 허용적이어서 전형적으로 비도덕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행위를 허용하며 사소한 판단을 도덕 판단으로 간주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역시 공격 받는다.
(3) 맥키의 도덕적 오류이론.
존 맥기(John Mackie)는 우리가 옳음과 그름의 개념을 창조하는 것이지 어떤 객관적인 개념을 발견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며 도덕적 회의주의 혹은 반실재론의 입장을 지지한다. 그의 도덕적 오류 이론은 두 가지 논증에 의해 지지된다. (아래를 클릭하면 도덕적 회의주의 카테고리에 상대성 논증과 기이성 논증의 설명이 나옵니다.)
상대성 논증(The argument from relativity)
기이성 논증(The argument from Queerness)
(참고. 도덕적 회의주의에 관한 전반적인 요약은 여기를 참고해 주세요.)
(4) 스캔론의 이유근본주의(Reason Fundamentalism)
스캔론(Thomas Scanlon)의 이유근본주의는 도덕적 실재론의 일종으로 고려될 수 있다. 그는 어떤 행위가 그르다는 것은 그 행위가 합당하게 거절될 수 없는(no one could reasonably reject) 행위 규정의 원칙에 의해 허용되지 않을 경우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여기서 ‘원칙’이라는 것은 이유들의 집합으로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원칙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이유들을 모은 것이며 이러한 이유들의 귀결이 원칙이 된다는 것이다. 이 이유는 스캔론의 용어로 ‘통상적 이유’(generic reason)로 주어진 상황에서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지니게 될 이유를 말한다. 이렇게 그는 이유를 통해 행위을 옳고 그름을 설명하길 원하며 이 이유가 비규범적 용어로는 환원될 수 없는 근본적인 것이라는 견지에서 이유근본주의를 주장한다.
스캔론의 이유는 도덕적 판단에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도덕적 속성으로 고려될 수 있다. 또한 그는 이유가 우리의 마음에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여기기에 이유 실재론자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견지에서 도덕적 실재론자라고도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행위의 이유에 대한 판단을 통해 우리는 그 행위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수 있고 이 이유가 도덕적 진술을 정당화해 주기 때문에 도덕적 진술은 참 혹은 거짓의 진리값을 지닐 수 있다. 다시 말해, 스캔론의 입장은 이유에 관한 실재론이며 인지주의적 입장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맥키의 오류이론을 고려하자면 스캔론의 포괄적 이유는 우리의 마음에 독립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 어떻게 존재하며 우리는 어떻게 그러한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맥키는 우리의 마음에 독립적인 속성은 우리 세계에 존재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매우 기이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스캔론은 그의 Being Realistic About Reason에서 수학적 지식 혹은 논리적 지식은 우리 세계의 시공간(spatio-temporal)에 의존하지 않는 그러한 사실에 대한 것이며 규범적임을 언급한다. 그는 ‘집합’과 같은 수학적 개념에 대한 판단을 개개인들이 서로주고 받으면서 깊은 반성을 통해 올바른 집합론의 공리를 찾는 과정을 기술하며 이러한 집합론의 공리를 찾는 과정이 존 롤즈(John Rawls)가 말한 ‘반성적 평형’(reflective equilibrium)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반성적 평형’이란 거칠게 말해,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전반적인 믿음들이 (규범 판단을 포함해서) 서로 정합적 균형을 이루는 상태를 말한다. 롤즈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스캔론의 입장이 설명하듯 스캔론은 옳고 그름의 도덕 원칙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정당화될 수 있는 이유에 대한 판단을 통해 반성적 평형의 방식으로 주어질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 다시 말해, 도덕적 원칙 역시 합당하게 거절될 수 없는 통상적 이유인지를 개개인간의 판단을 통해 얻을 수 있고 이러한 원칙이 집합론의 공리가 우리 세계의 시공간에 존재하는 다른 속성들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의 마음에 의존하지 않는 방식으로 참일 이유를 가지듯이 도덕 원칙을 구성하는 이유 역시 그러한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으며 이 이유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통해 어떤 행위가 도덕적으로 그름을 우리는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스캔론의 입장은 합당하게 거부할 수 없는 원칙을 통해 행위의 그름(혹은 그름의 속성)이 구성된다는 (국지적) 구성주의의 입장을 지닌다. 윤리학에서의 구성주의는 거칠게 말해, 사람들 간의 일치 또는 합의에 의해 규범적 참을 만들어낼(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따를 때, 스캔론의 그름의 속성은 우리의 마음에 독립적인 요소가 아니므로 그를 그름의 속성에 대한 실재론자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합당하게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통해 옳고 그름의 도덕적 원칙을 찾으며 이 이유가 우리의 마음에 독립적으로 존재함을 인정한다. 즉 그름의 속성에 대해서는 구성주의이고 실재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행위의 통상적 이유에 관해서는 실재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름의 속성과 이유는 모두 도덕적 속성이라는 측면에서 바라 볼 때, 맥기의 오류이론이 지니는 문제점은 ‘객관적인 도덕적 속성’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바라 봤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향에서 스캔론의 이유근본주의는 이유에 관한 도덕적 실재론의 입장으로 반실재론적 입장인 비인지주의와 오류이론에 대응하는 이론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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