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춰락/율뤼확

칸트의 도덕철학과 헤겔의 인륜성에 대해.

by 로짘 2020. 2. 29.

칸트는 윤리학을 선의지에 대한 탐구로 여겼고 의지의 자율(Autonomie)에 의한 행위만이 무조건적으로 선하다고 여겼었다. 여기서 의지의 자율이라는 것은 스스로가 도덕률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따른다는 것으로 의지의 자유(Freiheit)를 전제하는 개념이었다. 그는 일상적인 의무감을 잘 느끼는 사람으로부터 선의지가 잘 발견된다고 여겼고 내적 의무감에 의한 행위만이 무조건적으로 선할 수 있다고 여겼었는데 이러한 내적 의무감에 따른 행위 규칙을 명법이라고 불렀다. 명법에는 정언명법과 가언명법이 있었으며 가언명법은 어떤 조건하의 행위를 명령하는 것이었다. 정언명법은 그 자체가 행위의 목적이 되는 것이었고 정언명법이 도덕률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정언명법은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먼저 이는 보편화 가능해야 했고 다른 사람의 인간성을 자신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써 대하지 말 것을 요구했으며 개개인간의 자율성을 인정하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이렇게 칸트에게 있어 도덕이란 의지의 자율에 의해서 우리 스스로가 도덕률을 제시하고 이를 따르는 것이었으며 이는 의지의 자유를 전제하는 것이었고 또한 도덕률의 존재가 의지의 자유를 인식하는 근거다 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말하는 도덕률로써 정언명법은 경험세계와 독립적일 수 있었고 실제 사회에 존재하는 제도나 삶의 형식들이 배제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그는 경험에 의존하지 않는 실천이성의 순수한 구조를 도덕철학의 근거로 설정했던 것이다.

 

반면 헤겔은 인륜성을 중시했다. ‘인륜성은 헤겔의 <법철학>의 핵심이었다. ‘인륜성은 거칠게 말해, 행위와 삶에 해당하는 조건들을 실천철학에 포함시키고 행위 규범의 구체적인 현실성을 중시하는 태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법이라는 규범의 기초가 자유에 있다고 주장했다. 법은 자유가 실제로 구현된 것이며 법이 올바르고 타당하려면 자유에 근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가 말하는 자유는 칸트의 자유의지와는 차이가 있었는데 이는 타인과 연대하여 존립하고 실현될 수 있는 것을 의미했다. 다시 말해, 그의 인륜성에 근거한 행위규범은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에 대한 연대성 혹은 연관성이 중시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칸트의 경우 도덕률인 정언명법은 사회 제도와 독립적으로 우리의 실천이성을 통해 제시될 수 있었다. 하지만 헤겔은 개개인이 그들이 살고 있는 역사 속에서 그들이 처해있는 사회적 제도들을 알고 그들이 생각하는 주관적 선 개념을 이해하며 그들이 이해가 객관적인 선 개념이 될 수 있는 가를 다른 사람들과 연관시키면서 도덕적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렇기에 헤겔의 입장에서 칸트의 입장은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주관적 선 개념이 객관적 타당성을 지닐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자기 자신에 대한 무한한 형식적 확실성을 지닐 뿐이었다. 다시 말해, 칸트의 도덕은 나의 선 개념이 다른 사람에게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에 대한 연관성을 지니기 힘들었고 이러한 연관성을이 실현될 수 있는가는 전적으로 우연에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헤겔의 입장에서는 칸트적인 도덕성이 인륜성의 단계로 지양된다. 예를 들어, 칸트는 그의 정언명법을 제시함에 있어 보편법칙의 정식인 너의 준칙이 보편적 입법원리일 수 있도록 행위하라고 말을하며 합리적인 행위주체들이 합의하에 목적의 왕국으로서 체계적인 결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지만 헤겔은 목적의 왕국이 인륜성으로서 지양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여겼다. 다시 말해, 나의 준칙이 보편적 원칙임을 승인하는 것은 전적으로 칸트에 의해 전제된 합리적 주관에 의함이며 이것이 실질적으로 보편화가능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헤겔은 칸트의 윤리학이 형식주의에 빠져있다고 비판한다. 칸트는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자이며 선의지를 지니고 있다는 전제를 하고 이로부터 인간이 정언명법에 의거해 행위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헤겔은 정언명법이 그 행위의 실천가능성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오직 준칙에 따른 실천 자체에만 관심을 두고있다고 비판한다. 요약해서 칸트의 도덕은 행위자가 처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지침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개개인의 경험적 삶과 분리시키기에 형식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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