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론의 폭발을 야기했다고 하는 에드문드 겟티어(Edmund Gettier)의 2페이지 짜리 논문을 소개합니다. '겟티어 문제'라고 해서 매우 유명하죠. 여담입니다만 이분의 업적은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합니다. 현재 매사추세스 대학 애머트 명예교수직으로 있다고는 하는데 정말 논문이 없으시네요.
인식론에서 ‘지식’(knowledge)이란 참인 정당화된 믿음(True justified belief)으로 고려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S가 P를 안다.’라는 방향에서 고려하면 이는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경우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1) S는 P를 믿는다.
(2) P는 참이다.
(3) S의 P에 대한 믿음은 정당화되었다.
말하자면 P가 지식이라면 이는 참인 정당화된 믿음이고 P가 참인 정당화된 믿음이라면 이는 지식이라는 필요충분조건의 관계가 성립한다. 이러한 관계는 전통적으로 받아들여져 왔는데 겟티어(Gettier)는 믿음의 주체 S가 자기 믿음에 대해 갖고 있는 이유가 사실은 그 믿음과 아무 상관없는 경우의 예를 고려해 (1), (2) 그리고 (3)의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지식이라고 하기 어려운 예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청와대에서 국무총리를 뽑을 때, 임원인 철수가 ‘국무총리가 누가 될까?’라고 비서에게 물어보니 ‘말하면 안되지만 이씨라는 사람이 국무총리 내정자다.’라고 했다고 고려하자. 이때, 철수가 알아보니 청와대 전체에서 이씨가 내정자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또한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씨가 내정자라고 거의 확실하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철수는 (가)‘이씨는 국무총리 내정자이다.’라고 믿었다. 그리고 철수는 이씨를 만나 몰레 주머니 속을 뒤지니 이씨는 동전을 10개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철수는 (나)‘이씨의 주머니에 동전이 10개가 있다.’고 믿었다. (가)와 (나)에 의해 철수는 (다)‘국무총리 내정자의 주머니에는 동전이 10개가 있다.’고 믿었다. (가)와 (나)가 정당화된 믿음이었으므로 철수는 (다)에 대해 정당화된 믿음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김씨가 국무총리 내정자였고 우연하게 주머니에 동전이 10개가 있었다. 철수는 (다)에 대해 믿고 있었고 그것은 사실이며 정당화되었지만 철수가 (다)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이유가 김씨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경우이므로 철수가 (다)를 알고 있다고 하기는 힘들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 겟티어는 두 번째 예를 제시한다. 철수가 (라)‘이씨는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라는 정당화된 믿음을 가질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리고 이로부터 철수는 (마)‘이씨는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거나 고려대학은 서울에 있다.’를 추론해 낸다고 고려하자. 만약 (라)가 참인 정당화된 믿음이라면 선언도입규칙에 의해 (마)는 참인 정당화된 믿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때, 알고 보니 (라)가 거짓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고려대학이 서울에 있어 (마)가 여전히 참인 명제로 고려되었다. 이 경우 (마)는 참인 정당화된 믿음이지만 철수가 (마)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이유가 고려대학이 서울에 있음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경우이므로 철수가 (마)를 알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말하자면, (마)는 지식이라고 고려하기 힘들게 되는 것이다.
겟티어가 제시한 위의 두 반례에 의해 대다수의 철학자들은 ‘S가 P를 안다.’라는 것이 S는 P를 믿고 P는 참이며 S의 P에 대한 믿음은 정당화되었음과 필요충분조건에 있는 것은 아님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에 대한 대답은 주로 네 번째 조건을 추가하던가 세 번째 정당화 조건을 다른 조건으로 대치하여 해결하려 하나 이에 대한 해결책은 현재까지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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