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춰락/UK-US춰락

크립키(Saul Kripke)의 이름과 필연(Naming and Necessity)에 대해

by 로짘 2020. 2. 29.

1. 크립키의 고정지시어로써의 고유명사.

이름에 관한 크립키의 이론은 the description theories of names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시작된다. 대표적으로 러셀(Russell)은 일상적인 고유명사가 위장된 기술구(disguised description)라고 여겼는데 그는 고유명사가 특정 대상을 지시하는 방식은 그것과 연계된 한정기술구를 매개하여 지시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대한 크립키의 비판은 다음과 같은 예를 통해 설명될 수 있다.

 

현재 한국 대통령(문재인)은 현재 한국 대통령이 아닐 수도 있었다. (It is possible that the present president of Korea is not the present president of Korea.)

② 문재인은 문재인이 아닐 수도 있었다. (It is possible that Moon Jae-In is not Moon Jae-In.)

 

고유명사가 위장된 기술구라면 의 의미는 같아야 하나 은 가능하나 ②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러한 반례로부터 크립키는 고정지시어(rigid designator)로서의 고유명사를 주장한다. 고정지시어란 모든 가능세계에서 동일한 대상을 지시하는 표현이다. ‘현재 한국 대통령과 같은 한정기술구는 고정지시어가 아니므로 한정기술구와 고유명사는 다르다는 것이 크립키의 생각이었다.

 

크립키는 이러한 바탕에서 고유명사는 뜻을 매개로 하지 않고 대상을 직접 지시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유명사의 지시체는 어떻게 고정되는가?

 

2. 크립키의 인과적 지시이론(Causal theory of name)

크립키는 고유명사의 현재 사용과 지시체 간의 인과적 사슬(causal chain)에 의해 고정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Socrates’의 경우 아이가 태어나자 부모가 아이를 가리키며(ostension)/기술하며(description) ‘Socrates’라고 명명하게 되고 이후 ‘Socrates’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같은 지시 대상을 가리키는데 사용할 의도(intention)로 그 지시체를 가리키며 전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Socrates’라는 이름의 인과적 이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소크라테스(Socrates)라는 지시체에 도달할 수 있으며 ‘Socrates’의 지시체를 고려할 때, 이와 연계된 한정기술구를 고려하기 보다 인과적인 사슬에 의한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반스(G. Evans)는 고유명사를 전달하는 자가 같은 대상을 지시하는데 사용할 의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전달자의 고유명사의 사용에 대한 잘못된 이해는 고유명사의 지시 대상에 대한 고정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인과적 지시이론은 보다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3. 크립키의 선험적 우연성과 후험적 필연성

가능세계 이론을 차용한 크립키의 고정지시어 이론은 논리실증주의자들이 생각하고 있던 선험성(a priori)과 후험성(a posteriori)의 구분 그리고 필연성(necessity)과 우연성(contingency)간의 관계를 바꾸어 놓았다. 논리실증주의자들은 어떤 명제가 분석적임은 선험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렇기에 필연적이라고 고려했었다. 칸트의 경우 수학적 명제를 선험적이면서 종합적인 명제로 고려했듯이 당시 논리실증주의자들에게 분석성-선험성과 종합성-후험성의 관계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에 대한 고려는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선험성-필연성 그리고 후험성-우연성의 관계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곤 했었는데 크립키는 이 관계 역시 항상 지켜지는 것이 아님을 보인 것이다.

 

우선 선험적 우연성을 먼저 살펴보자. ‘1m’를 특정 길이를 지시하는 고정지시어로서의 고유명사라고 하자. 이때 시점에서 특정 쇠막대기를 가져와 그것을 1미터라고 약속하고 이를 ‘1m’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하자. 이는 우리가 ‘1m’라는 길이를 이렇게 도입했기 때문에 선험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점에서 쇠막대에 열을 가하여 쇠막대가 길어진 가능세계 W2를 고려할 경우 W2에서 시점에서 쇠막대의 길이가 가리키는 바와 ‘1m’가 가리키는 바는 다르다. , 시점에서 쇠막대의 길이를 1m로 하자고 약속을 했다는 측면에서 이는 선험적이나 모든 가능세계에서 시점에서 쇠막대의 길이는 항상 같지 않으므로 시점에서 쇠막대의 길이는 1m이다.’라는 문장은 선험적이지만 우연적인 참이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후험적 필연성을 고려해 보자. ‘샛별은 샛별이다.’샛별은 개밥바라기이다.’라는 문장을 고려해 보자. ‘샛별은 샛별이다.’라는 문장은 필연적인 문장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하지만 샛별은 개밥바라기이다.’라는 문장의 경우 개밥바라기가 샛별과 같은 지시체인 금성을 지니지만 이는 경험적인 천문학적 발견이므로 후험적이다. 그리고 크립키에게 고유명사는는 뜻(sense)을 매개하지 않고 모든 가능세계에서 동일한 대상을 지시하는 고정지시어이므로 샛별은 개밥바라기이다.’는 필연적인 문장이다. , 이는 후험적이지만 필연적인 참이 되는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