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춰락/서양 옛날 및 EU춰락

해석학에서 딜타이의 체험, 표현, 이해 그리고 객관정신에 대해

by 로짘 2020. 2. 29.

1. 딜타이의 체험·표현·이해

 

딜타이의 문제의 출발점은 정신과학적 객관성의 확보이다. 그러나 이는 정신과학의 탐구자가 자신의 고유한 시간과 역사를 갖고 있고 불가피하게 자신의 시대에 자신의 시야에 의해 규정되어야 인식조건 때문에 한결 복잡한 문제가 된다. 만약 정신과학이 하나의 과학이기 위해서는 모든 과학 그 자체에 포함된 보편타당성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를 딜타이는 삶의 경향과 정신과학의 과학적 목표 간의 갈등이라고 표현한다. 가다머는 이 갈등을 유한하고 역사적인 인간의 관점 구속성과 모든 상대적 관점을 넘어서는 정신과학적 인식의 객관성 간의 갈등으로 구체화한다. , 가다머에 따르면 딜타이는 역사주의자로서 인간적 존재자의 근원적인 역사성을 승인하지만, 또한 정신과학의 논리학자로서 동시에 역사 인식의 초역사적인 객관성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딜타이가 자연과학의 방법으로서의 설명(Erklären)에 대비해 정신과학의 고유한 방법으로 제시한 이해(Verstehen)는 바로 이 갈등을 해결하고 정신과학적 인식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모델로 구상되었다. 딜타이에게 이해란 내적 의미(체험)내용이 감성화되는 표현 과정역조작’, 즉 표현이 지시하는 정신적 형상에로의 회귀(Rückgang)’이다. 따라서 딜타이는 인식되어야 할 과거 지평의 복원’, ‘복원된 전체 안으로의 자기 투입, 전위, 전치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추체험등의 일련의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이해의 모델을 제시한다. 이를 요약해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근원적 저자는 특정 체험(Erleben)을 통해 표현되어야 할-즉 타인에게 전달할 가치가 있고 따라서 문자에 고정되어 보관되어야 할- 내적 사유 내용을 얻는다. 그리고 이 내면적, 정신적 의미 내용이 외면화, 감성화되어 문자에 고정되면 그것이 곧 후대의 해석자를 위한 삶의 표출이다. 여기까지가 체험과 표현(Darstellung), 즉 텍스트의 생산과정이다.

 

이렇게 생산된 텍스트, 즉 문자화된 삶의 표출은 후대의 해석자에게 전수된다. 그러나 저자와 해석자 사이에는 시간적인 간격(Zeitenabstand)이 있고, 이 간격은 곧 의미 소외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저자와 해석자는 각기 다른 시대, 다른 역사에 속하고, 따라서 다른 방식으로 사유하고, 느끼고, 행위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석자에게는 텍스트에 대한 객관적 독서를 위한 특단의 기술, 이해가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텍스트는 해석자가 속한 현대의 지평이 아니라, 텍스트와 저자가 속했던 과거의 지평에서 읽혀야 한다. 왜냐하면 텍스트는 바로 그 지평 안에서 이루어졌던 저자의 체험을 지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문자적으로 고정된 텍스트는 현재의 해석자 앞에 현존해 있지만, 그것이 속했던 과거의 지평은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사라지고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텍스트와 저자가 속했던 과거의 지평이 최소한 표상의 상안에서라도 복원되어야 한다. 바로 여기서 작용하는 것이 이른바 해석학적 순환(hermeneutischer Zirkel)이라는 것이다. 즉 부분들로서 주어진 텍스트들을 귀납적 총괄을 통해 부분이 속한 전체를 예감적으로(divinatorisch)구성하고, 그 전체 안에서 다시 부분들에 대한 정밀한 독서가 이루어진다. 이렇게 예감된 전체 안에서 진행되는 부분들 간의 비교(Komparation)는 다시 전체의 수정과 개선, 그리고 확대를 가져온다. 즉 부분과 전체의, 그리고 예감과 비교의 상승적 순환을 통해 우리는 원래 저자의 의도(mens auctoris)에 점점 더 근접해 간다. 그 근접의 구체적 과정이 바로 자기 투입(Sichhineinversetzen), 전위(Transposition), 전치(Übertragung) 그리고 추체험(Nacherleben)이라는 것이다. 즉 이해란 내적, 정신적 체험 내용을 외면화, 감성화 하는 텍스트의 근원적인 산출 과정의 역조작이다. 왜냐하면 이해하는 자는 이제 거꾸로 외적, 감성적 문자 기호들에서 출발해서 이 기호들이 지시하는 내적, 정신적 체험 내용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의 최종적인 결과는 해석자와 저자의 정신적 동치(동감, Sympathos)뿐 아니라 실존적 동치, '함께 삶(Mitleben)'이다. 과거의 저자의 원래 의도가 시간 간격과 의미 소외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해석자의 정신 안에 복원된다. 즉 나는 나의 주관적인 입장과 지평이 아니라, 해석자의-이해되는 객관의-입장과 지평에서 그를 이해한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개인들 간에 존립하는 공통성이 감성계에 객관화되어 나타난 다양한 형식, 즉 객관정신(objektiver Geist)’의 매개 덕택이다. 개별자들 또는 더 큰 삶의 통일체들 간의 반복된 이해의 실천은 그들 간의 어떤 공통성을 형성하고, 이 공통성이 보편-인간적 타당성을 갖기 때문에, 그리고 이 공통 정신이 현대의 해석자와 과거의 텍스트를 연결해 주기 때문에 과거로부터 과거를 이해하는 일, 즉 객관적 역사 인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본질적으로 이해 불가능할 정도로 멀고 생소한 타자는 없다. ‘는 근본적으로 동일한 객관 정신, 하나의 역사 이성의 토대 위에 서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해는 그때마다의 너 안에서의 나의 재발견(ein Wiederfinden des Ich im Du)’으로 규정된다.

 

2. 딜타이의 객관정신

 

딜타이의 이해모델을 바탕에 따른다면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물음이 제기될 수 있다. 즉 정말 인간이 역사적으로 제약된 존재자라면 어떻게 자신이 속한 현재의 지평과 상이한 과거의 지평을 복원할 수 있는가? 역사적으로 제약된 유한한 존재로서 인간이 시간간격(Zeitenabstand)을 둔 상이한 과거를 복원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딜타이는 이에 대한 답으로서 객관정신(objektiver Geist)를 제시한다.

 

우리가 체험에 있어 삶의 현실성을 잡다한 관계들 속에서만 파악한다면 우리가 인식하는 것은 단지 특수한 것(Singulares) 혹은 일회적인 것(Einmaligen)만을 인식할 것이라는 것을 딜타이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신과학에 있어서 이해(Verstehen)는 개별적 체험을 넘어 다수의 타인들 그리고 타인들의 정신적 창조물과 공통성의 국면에로 뻗어 나가게 되므로, 이해는 개별적 삶의 지평을 확장하고, 이 개별성으로부터 공통성을 거쳐 보편성에 이르는 길을 마련해야만 한다. 딜타이는 여기서 개별간의 상호적인 이해가 개별간에 존립하는 공통성(Gemeinsamkeit)이 있음을 깨닫게 한다고 말한다. , 개별들은 공통성에 의해 상호적으로 결합되어 있고, 바로 이 공통성 속에서 개안들 간의 상호 귀속성, 연관, 동종성 또는 유사성인 밀접히 결속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통성은 이성의 동일성(Selbigkeit der Vernunft)속에, 감성적 동감(Sympathie des Gefühlsleben)속에 표현되어 진다. 이 공통성은 해석에 있어서 개별자와 보편자를 관계 지을 수 있는 출발점이다.

 

이 공통성이 바로 객관정신이다. 딜타이는 객관정신이란 개념으로써 개인 간에 존립하는 공통성이 감성계에 객관화되어 나타나는 다양한 형식을 이해한다. 객관정신 속에서 지나간 과거가 우리에게 지속 내지 존속하는 현재로 현존해있다. 그것의 작용영역은 개별적 삶의 형식으로부터 출발하여 법률, 국가, 예술 그리고 철학에까지 이른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객관정신의 세계로부터 우리 자아의 자양분을 섭취해왔고 그 객관정신의 세계는 그 안에서 타자와 타자의 삶의 표출에 대한 이해가 수행되는 매개로 되어있다. 왜냐하면 정신이 객관화되어 나타난 모든 것은 나와 너에게 공통적인 것을 그 속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객관정신이란 개념을 통해 우리는 이해의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것을 알 수 있다. 개별이 파악하는 삶의 표출이란 그 자체에 있어서는 개별적인 것이지만 공통성에 관한 지식과 이 공통성 속에 주어진 타자와의 관련한 지식에 의해 채워져 있다. 그러므로 이해의 주관에 다가오는 삶의 표출이라는 것은 공통성의 한 국면에 또는 그 전형에 속하는 것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삶의 표출과 이러한 공통성 내부에서 성립한 정신적인 것 간의 관계에 입각하여 개별적인 삶의 포출에 속하는 정신적인 것은 동시에 공통적인 것에로의 조직화를 통하여 보충되어야만 한다.

 

결론적은 각각의 개별적인 경우에 있어서의 표현과 피표현체간의 연관은 공통성안에 성립하는 것이고, 따라서 이 연관은 공통성으로부터 해명되어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공통성에 입각해서 모든 삶의 포출을 정신적인 것의 표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참고 1. 가다머의 이해의 순환과 하이데거의 이해의 앞선 구조

참고 2. 가다머의 주요 개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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