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춰락/율뤼확

칸트는 어떻게 도덕 감정을 통한 윤리학을 비판했나?

by 로짘 2020. 2. 29.

도덕에 있어 이성과 감성의 역할을 비교하는 문제를 고려한다면 흄과 칸트의 철학을 비교하는 것이 용이할 것이다. 흄과 칸트의 윤리학에 있어서 이성과 감성은 서로 다른 위상을 차지한다. 흄은 이성의 능력을 매우 제한적으로 바라본다. 그는 이성을 오직 명제의 진위만을 확인할 수 있는 도구적 이성으로 파악했다. 따라서 도덕 판단과 도덕적 동기를 결정짓는 것은 언제나 감성이고 감성이 지니는 주관성과 우연성을 보완하기 위해 인간의 타고난 사회성을 가정했다. 칸트의 윤리학에 있어서 이성과 감성은 그 위상이 완전히 뒤바뀐다. 칸트의 이성은 실천이성으로서 흄과는 달리 보편적 도덕법칙을 스스로 세울 뿐만 아니라 또한 스스로 그것에 따르도록 의지를 규정할 수 있다. 그리고 흄과 칸트의 이러한 차이는 도덕적 판단의 기준과 도덕적 행위를 동기화하는 힘에서도 차이를 유발한다.

 

흄과 칸트의 윤리학은 도덕적 판단의 기준에 있어서 서로 다른 입장을 지닌다. 먼저 흄은 도덕적 판단이 이성이 아니라 주관적 감성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여긴다. 그는 근본적으로 도덕적 진술이 진리값을 지닌다고 여기지 않는다. 예컨대 고의적 살인은 악이다라는 진술은 행위 그 자체의 성질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행위를 바라 볼 때 생기는 우리의 감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여긴다. , 여기서의 선과 악이란 도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행위나 인격 자체 안에 있는 요소라기 보다는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관찰자 자신의 시인 혹은 부인의 감정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도덕성은 판단되기보다 느껴진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적절하다. 이와 반대로 칸트는 도덕적 판단의 기준인 실천 법칙이 감정이나 구속 받는 느낌에 의해 제시된다고 여기지 않았다. 칸트 윤리학의 목표는 일상인들이 지니는 의무감의 근거에 놓여있는 실천 법칙을 정식화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는 이 실천법칙을 명법이라고 불렀다. 이 명법이 제시되는 근간에는 일상인들의 의무감이 있었는데 이때의 의무라는 것은 그저 막연한 감정이나 단지 구속받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도덕 법칙과 연결되는 것이었다. 칸트는 이렇게 제시된 명법을 정언명법과 가언명법으로 구별했고 가언명법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도달하기를 원하는 어떤 목표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추구할 것을 명령하는 반면 정언명법은 이러한 일상적인 목표와는 무관하게 어떤 행위를 그 자체로 필연적인 것으로 고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정언명법은 행위의 수행이 곧 목표 자체임을 나타내는 형식으로 그 자체로서의 선을 표현하는 것이 된다. 칸트에게 도덕적 판단의 기준은 이 정언명법에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흄과 칸트는 도덕적 행위를 동기화하는 힘에 있어서도 감성과 이성의 역할을 다르게 설명한다. 흄은 도덕적 행위의 동기는 이성이 아니라 감성이라고 여겼다. 흄에 따르면, 흄은 이성이 논증적 지식이나 명제에 관련된 것이기에 이것이 유용하지만 우리의 의지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고 여겼다. 말하자면, 이성은 어떤 사실을 확인할 뿐, 칭찬이나 비난을 통해 어떤 것을 지시하지는 못하므로 행위를 이끄는 동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성은 감정에 의해 설정된 목적 그 자체와 관련되지 않고, 오직 그 목적의 실현을 위한 수단과 관련될 뿐이다. 이 점에서 이성은 정념의 노예가 된다는 것이다.

 

반면 칸트는 의지의 자율성이 도덕적 행위의 동기라고 여긴다. 앞서 언급한 칸트의 정언명법은 우리의 의지가 자율적으로 선택한 도덕 법칙이다. 다시 말해, 정언 명법은 어떤 외부적 존재나 절대자가 형성하여 인간들에게 이를 따르라고 명령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가 스스로 형성하고 자기 자신에게 명령한 법칙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의 정언명법의 모든 정식들은 의지의 자율을 이미 전제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며 그의 모든 정식은 “~인 듯이 행위하라고 명령함으로써 이것이 행위자 자신의 결정임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 해석된다. 정언명법에 따른 우리의 행위는 우리의 자율적 의무로부터 행해진 것이라는 측면에서 흄이 말하는 감성과 같은 것이 도덕적 행위의 동기로 작용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참고. 유사한 방향에서 윤리학에서 내재론과 외재론 (<-클릭) 문제를 통해 바라 볼 수도 있습니다. 

댓글